2017년, 한국 GM의 첫 번째 신차가 될 쉐보레 올 뉴 크루즈를 국내 출시에 앞서 미국에서 먼저 만나봤습니다. 

지난해 선보인 올 뉴 말리부가 예상외의 선전으로 쉐보레의 실적 개선을 견인했던 만큼, 올해 선보일 올 뉴 크루즈에 대한 기대는 제법 큰 편인데요. 국내에 출시되는 모델과 외관이나 구성에서 다소 상이하지만, 파워트레인을 비롯한 하드웨어는 거의 동일하기에 미국 모델로 먼저 경험해봤습니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의 시승회가 진행된 내슈빌에는 북미 외 신형 크루즈가 출시되는 지역의 미디어가 모여 함께 시승을 진행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참석자 모두 저마다 자국에서 어떤 구성으로 판매될지, 그리고 글로벌 모델로써 어떤 잠재력을 지녔을지 기대하며 시승에 임했죠.
     
준비된 크루즈는 각양각색. 
중간급 모델인 LT에서 최고급 모델인 프리미어, 일반 모델에서 RS까지. 바디스타일과 사양에 따라 다양한 크루즈를 경험하게 준비해 두었습니다. 물론 파워트레인은 모두 1.4L 가솔린 터보와 자동 6단 변속기의 조합입니다.

중량은 더 가벼워지고, 성능은 더 좋아진 신형 크루즈에 대한 간략한 프레젠테이션 후 차량을 배정받고 곧장 시승에 나섰습니다. 오전에 시승하게 된 모델은 RS 프리미어 사양. 

와일드하고 스포티한 바디킷에 18인치 알로이 휠, 리어 스포일러 등으로 한껏 멋을 낸 RS 패키지에 가죽시트와 스마트폰 무선 충전, 오토 에어컨, LKLS, FCA 등의 안전장비가 모두 탑재된 프리미어 트림으로 현재 북미에 판매되는 크루즈의 풀옵션 사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이나 상세 기능에 대한 평가는 추후 국내 출시 모델로 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미국 시승회에서의 인상 위주로 소개하겠습니다.
      
RS 프리미어 인테리어
다채로운 편의장비를 탑재하고 가죽으로 마감한 블랙 톤의 인테리어는 꽤 근사합니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을 감싼 가죽의 질감도 괜찮고, 시트의 재질이나 착좌감도 세그먼트의 평균 수준을 웃도는 편.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의 주변부는 살짝 복잡한 느낌이지만, 다이얼과 큼직한 버튼으로 사용성을 높인 부분은 칭찬하고 싶습니다. 하단의 오토 에어컨 역시 직관적인 구성.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자체 내비게이션 그리고 온스타를 지원하는 마이링크 시스템은 제법 활용도가 높습니다. 북미시장에 한정되는 기능이지만 4G LTE 핫스팟 기능을 내장, 와이파이를 활용할 수 있는 부분도 눈에 띄었습니다.  외에 실시간 날씨나 텔레매틱스 시스템 '온스타'도 시승 내내 만족했던 장비.

다만, 국내에 판매되는 여타 다른 쉐보레와 마찬가지로 후방카메라의 화질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선명한 디스플레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후방카메라는 분명 개선이 필요한 부분.

더 커진 차체, 그중에서도 길어진 휠베이스는 실내공간의 여유와 직결됩니다.

확실히 이전 세대 크루즈 대비 넓어진 실내공간, 그중에서도 뒷좌석 레그룸의 여유가 눈에 띄는데요. 평평해 보이지만 시트의 착좌감도 훌륭하고 레그룸도 넓어져 패밀리카로도 나쁘지 않은 구색을 갖췄습니다. 욕심을 부리자면 뒷좌석을 위한 에어벤트라던가, 경쟁 모델 수준의 편의장비가 생각나지만 2열 시트에 열선을 추가한 것만으로도 만족할만하다는 생각입니다.

422ℓ의 트렁크는 넓고, 깊게 자리하며 플로어 하단에는 스페어타이어와 배터리가 자리합니다. 배터리의 위치가 엔진룸에서 트렁크 하단으로 옮겨진 데는 스타트/스톱 시스템을 위해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했고,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한 설계라고. 

153마력의 최고출력과 24.5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1.4L 가솔린 터보 엔진. 변속기는 Gen3라 불리는 하이드라매틱 자동 6단이 적용됩니다. 참고로 엔진과 변속기의 파워트레인은 국내에 출시하는 모델과도 동일한 구성.

시동 직후의 소음이나 진동의 유입은 잘 차단된 편. 기존 크루즈 역시 소음과 진동을 충분히 억제했었는데 이는 신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행 중 정차시에는 AUTO STOP/START가 작동, 진동과 소음의 유입을 차단합니다. 오토 스톱/스타트는 부드럽고 재빠르게 작동해서 별다른 이질감은 없는 편.

도심과 고속도로, 지방도로 잘 구성된 시승코스에 따라 본격적인 시승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다양한 루트에서 시승 결과 괜찮은 주행성을 가졌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엔진의 출력은 차를 움직이기 충분하고, 변속기는 재빠르고 영민하게 제 역할을 다합니다. 기존 크루즈 대비 묵직함을 살짝 덜었으나, 여전히 고속 주행 안정성은 뛰어나며 코너에서의 거동도 괜찮습니다.

조금 높은 속도로 코너에 진입하더라도 차체는 최대한 수평을 이루어 안정적으로 돌아나가죠. R-EPS가 적용된 스티어링 휠 역시 제 몫을 다하며 안정적이고 정확한 조향을 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다만, 고속에서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이 조금 더 묵직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았습니다.

아울러 18인치 알로이 휠을 탑재한 RS 모델이라 코너를 돌아가는 감각은 좋으나, 자잘한 충격은 부드럽게 흡수하지 못 합니다. 아무래도 큰 휠과 낮은 편평비로 인함인데, 엔지니어 역시 RS는 스타일을 위한 모델로 승차감과 핸들링 밸런스는 17인치가 더 좋을 것이라고 하네요.

1.4L 터보 엔진은 세찬 가속력이나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진 않습니다. 되려 세련되고 매끄럽게 출력을 발휘하는 쪽이 가깝죠. 엔진의 이러한 느낌은 6단 자동변속기로부터 기인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기어를 재빠르게 변속하고 또는 락업클러치를 물리기도 하며 출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 노력하기 때문이죠.

아울러 기존 크루즈나 현행 트랙스에 탑재되는 1.4L 터보 엔진과도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엔진의 소음을 줄였을 뿐 아니라 회전도 매끄럽게 다듬어 마치 배기량이 더 높은 자연흡기 엔진을 운전하는 듯한 느낌을 전달합니다. 즉, 엔진과 변속기 모두 어느 하나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은 '필요 충분한' 자격을 갖춘 셈.

RS 프리미어 모델에 이서 일반 LT 모델도 함께 시승했습니다.
  
사진 왼쪽이 RS, 오른쪽이 일반 모델
기능이나 구성에 대한 차이보다, 디자인적 요소에 대한 차이가 더 큰 편으로 RS는 스포티함을, 노멀은 세련됨을 강조하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으로 비교한 모델은 RS 프리미어와 노멀 LT로 등급에 따른 차이가 좀 있네요.
     
LT 인테리어
등급에 따른 차이 덕분에 실내는 조금 더 저렴한 느낌이며, 다채로운 편의/안전장비도 삭제되어 딱 필요만큼의 사용 편의성을 가진 트림이죠. 물론, 파워트레인은 동일하기에 가속력이나 효율성과 같은 부분에 있어 큰 차이는 없는 편.

다만 18인치에서 16인치로 줄어든 알로이 휠의 크기와 타이어 제조사 차이로 인한 승차감 그리고 소음 유입에 있어 차이를 보였습니다. 다이내믹한 스타일과 든든한 주행성을 원한다면 RS 패키지와 17인치 알로이 휠을, 그렇지 않다면 일반 버전으로도 충분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자, 여기까지. 

미국 현지에서 완전히 새로워진 크루즈를 만나봤습니다. 오토쇼를 통해 이미 친숙해진 외관은 물론, 더 넓어진 실내공간과 성능, 효율의 밸런스를 잘 맞춘 파워트레인은 아주 긍정적인 변화라 생각합니다. 물론, 강력한 경쟁 모델인 아반떼와 비교하면 일부 사양에서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쉐보레가 늘 그러하듯이 R-EPS와 같은 Ride & Handling을 위한 투자나 차체 경량화 등 경쟁 모델과 다른 부분에 더 집중했기에 소비자에겐 선택의 문제로 남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울러 1월 17일 국내에 출시할 모델의 구성은 북미형과 다른 만큼 명확한 평가는 다시 추후에 해야 할 테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졌다는데는 이견이 없을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올 뉴 말리부'를 통해 느낀 쉐보레의 변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는데, 엔지니어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리부의 little Brother라고 하니, 국내 버전도 기대할만하겠죠?

미국 현지에서 만나본 쉐보레 올 뉴 크루즈 RS 프리미어와 LT의 시승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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