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세티 프리미어의 출시를 앞둔 지금 예비 오너들에게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궁굼했다. 알고 싶었다. XD가 HD가 되고 쎄라토가 포르테가 되는 동안 큰 변화없이 국내에서 꾸준히 팔리고 해외에선 인정받는 그 저력이 어떠한 것인지. 하지만 단종을 앞둔 지금 메이커에서 별도의 시승차를 준비해 두지도 않았고 상태가 좋은 렌트카가 있지도 않은 상황이라 약간의 튜닝이 가미된 지인의 차량을 섭외하여 시승에 임할 수 있었다

피닌파리나에서 디자인한 라세티(세단, 왜건)은 꽤 괜찮은, 요즘 말로 훈훈한 외모를 보여준다. 각이 잘잡힌 직선 기조의 디자인은 실제보다 차량을 길고 커보이게 만들어 주고 대우차 특유의 돌출된 휠아치는 단정함 속의 스포티함을 느끼게 해준다. 기존 국산차가 디테일은 괜찮지만 전체적으로 큰 덩어리로 볼 때 프런트와 리어간의 유기적인 연결감이 부족해서 디자인큐가 없는 듯한, 부분적으로는 괜찮지만 전체적으로 부족한 디자인을 많이 보여줬었다. 

특히 독자적인 디자인언어를 구축해 가던 1990년대 후반~2000년 초반의 현대/기아차에서 그러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당시 대우자동차는 유명 카로체리아인 쥬지아로나 IDEA에 외주를 주어 내 외장에서는 월드클래스에 근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라세티 역시 익스테리어는 피닌파리나에서 손보았는데 기대만큼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후에 발표된 해치백모델인 라세티5는 대우와 관계가 깊은 쥬지아로가 손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어색한 사이드뷰만 빼고는 해치백특유의 디자인을 잘 살린 라세티5 모델의 디자인 완성도를 더 높게 평가한다. 필자가 시승한 차량에는 GMDT 차량을 구입한 오너들이 가정 먼저한다는 시보레 앰블럼 튜닝이 되어있는데 실제로 시보레에서 판매되는 모델이고 또한, 개인적인 취향인 부분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는 언급하지 않겠다. 시보레 앰블럼 튜닝 이외에도 세라토用 사이드 스커트와 애프터 마켓의 16인치휠 등으로 드레스 업된 차량인데 기존 차량의 디자인과 상반되는 것이 아닌데다가 오너의 미적감각이 뛰어나서 였을까 순정에어로파츠보다 지금 앞에 있는 라세티가 더 이쁘다는 느낌이다.

시승차량은 LUX모델로 구입당시 에어컨과 자동변속기 이외 추가한 것은 없다고 한다. 기본형 바로 윗급 모델인데 다양한 편의장비를 좋아하는 한국시장의 특성때문일까 고급모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동접이 사이드미러나 2단센터콘솔, 리어암레스트 등의 편의장비는 동급에서 기대했던 그 이상이었고 특히나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리어디스크 브레이크나 독립현가장치가 기본장비였던 것을 보면 최근 출시 되는 차량의 기본적인 성능과 편의장비는 더 발전하였지만 기본적인 차량 만듦새는 원가절감이라는 명목하에 더 후퇴한 것 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분히 패밀리카의 교과서 적인 배치를 보여주는 실내는 외부디자인과 더 불어 꽤 괜찮다 라는 말을 내심 되뇌게 한다. T자형의 대시보드에는 흔히 사용하는 우드트림대신 검은색 플라스틱 트림으로 마감되어 있는데 실제 원목이 아닌 전사방식의 우드트림이 세월이 지나면 빛이 바래거나 생활 스크래치로 인해 고급스러운 느낌보다는 지저분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알루미늄 느낌의 은색페인트나 검소한 느낌의 검은색 트림이 더 단정한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 블랙이나 그레이톤의 인테리어인 경우 플라스틱 마감재의 재질을 잘못선택하면 싸구려 느낌을 강하게 주는데 라세티의 경우 베이지 톤의 인테리어에 검은색 트림을 사용하여 밝고 단정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다만 세월의 흔적이 블랙내장에 비해 쉽게 나타나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인테리어의 전체적인 구성은 상당한 수준이지만 각 부품들의 조립상태라던지 내구성은 아직까지 제작년도가 비슷한 현대자동차에 비해 아쉬운 수준을 보인다. 보기에는 그럴싸 하지만 만져보았을 때 싸구려 느낌이 강한 대시보드의 플라스틱 패널이나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서 쉬 삐걱거리는 내장재들은 차량을 소유하면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을 아쉬움으로 바꾸게 하는 부분이다. 

물론 3년차에 접어들어 어느 정도 연식이 있는 시승차량이긴 하지만 실내를 구성하는 부품들의 내구성이나 전반적인 품질이 상이해서 2000년 초반 현대가 추구했던 높은 감성품질에는 아직 한 수 아래가 아닌가 싶다.

라세티의 인테리어를 둘러보며 또 하나 재미있었던 것은 다양한 수납공간인데 이미 보편화된 조수석 시트 트레이를 비롯하여 글러브 박스 하단에 별도로 위치한 개방형 수납공간이나 2단 센터콘솔, 리어 암레스트내의 컵홀더와 수납공간, 간편하게 조절가능한 개방형 컵홀더 등 구석 구석 짜임새 있게 실내공간을 연출한 디자인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현대차의 장기중 하나가 넓은 실내공간인데 한정된 차체내에서 실내공간을 뽑아내는 능력은 대우도 만만찮은 수준에 도달했다. 실내공간은 참 잘 뽑아냈다. 운전석 동승석 뒷자석을 막론하고 대한민국 평균키라고 자부하는 필자가 탑승시 결코 좁지 않는 실내공간을 보여주었다. 

특히나 적당한 각도로 누운 뒷자석과 리어암레스트는 한세대 이전의 중형차를 연상케 했다. 준 중형이라는 세그먼트에서 매그너스나 쏘나타만큼의 실내공간을 바라지 않는다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결론이다.

이번 시승차량의 특징은 약간의 튜닝이 가미되어 있다는 점인데 외관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16인치 애프터 마켓 휠 이외에도 보게 스포츠 쇽업소어와 와이어텍 스프링이 조합된 서스펜션은 시승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과거 준중형차량의 1.5L 와 달리 라세티를 비롯한 현재의 준중형차량은 세재 개편 후 1.6L로 100cc가량의 여유 있는 배기량을 가지게 되었다. 시승차 역시 1,598cc 직렬4기통 DOHC로 최고출력 109ps/6,000rpm, 최대토크 15.0kgm/3,800rpm의 성능을 보여준다. 

1.5L 알파엔진을 장착한 XD의 많이 부족한 성능에 내심 실망했던 터라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시승차량에 올랐다. 게다가 시승차량은 순정보다 크고 무거운 휠에 AT라서 적당히만 달려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코너만 느껴보자고 시작했던 시승인데 예상외로 가감속시 엔진 리스펀스나 강제적인 시프트다운의 반응은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라노스/누비라 이후 꾸준히 숙성되어 온 대우의 D-TEC엔진의 반응은 무겁고 고속에서나 잘 달린다는 기존의 대우차량 이미지와 상반되는 것이었다. 과급차량이나 배기량이 크고 출력에 여유가 있는 차량에 비할 바는 못 되겠지만 가속시 꾸준히 밀어주는 부분과 부담스럽지 않은 엔진사운드는 어느 덧 높아진 대우의 기술력을 확인 하게 해주었다. 물론 중 고속구간에서 킥다운을 하면 시프트 다운이후 급격하게 상승하는 rpm에 비해 속도의 증가분은 느린편인데 다시 고단으로 변속이후에 쭉 뻗어 나가는 것이 기존의 현대/기아차에 비하여 다르지만 나쁘지 않은 느낌이다. 

아이신제 AT와의 매칭이 돋보였는데 고연비를 위해 스로틀을 27~20%정도로 열고 달릴 경우 지체 없이 고단 기어로 변속하고 70km 이상이 되면 바로바로 락업 클러치가 작동하여 연비를 높이는데 한 몫하는 한편 풀 스로틀 시 적극적인 다운 시프트로 엔진의 힘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기특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경사가 심한 길을 주행하다 평지로 돌아섰을 때 저단에서 고단으로 바로 변속되지 않고 높은 rpm을 유지하다가 잠시 후 멈칫하며 변속 되는 부분이나 D에서 R로 변속시 쿵 하는 변속충격은 아이신의 명성에 비하면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 라세티의 전반적인 동력성능은 당시 무거워서 느리고 기름많이 먹기로 유명한 XD에 비하면 꽤 괜찮은 편으로 XD의 답답함에 비하면 조금 더 괜찮은 수준이지만 어디까지나 XD에 비해서일 뿐, 1.6L급 준 중형차에서 느낄 수 있는 딱 적당한 수준이 아닌가 싶다.

남해고속도로와 남해와 전라도의 해안선을 잇는 국도를 따라 진행된 시승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코너링을 비롯한 전반적인 차량의 움직임인데 순정 차량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로 튜닝된 차량에 올라 어느정도 변화하였는지 알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일체형이 아닌 흔히 종발이 타입이라 불리우는 세팅으로 주머니가 가벼운 20~30대 오너들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가격대비 성능이 괜찮은 제품으로 동호회 공동구매로 구입했다고 한다. 고속도로에서 확실히 다른 순정차량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속도를 높혀감에도 불안한 기색을 내보이지 않고 안정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고속 주행시 도로와 다리사이의 이음매를 통과하거나 공사 등으로 굴곡이 심한 구간의 경우 순정보다 단단해진 세팅으로 인해 차량이 지면에서 뜨거나 접지력이 약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국도에서는 전 구간 상당히 만족스러운 성능을 연출해주었다. 낮아진 차제와 단단해진 서스펜션으로 인하여 순정차량보다 적극적으로 코너를 공략할 수 있었는데 헤어핀에 가깝거나 맞은편이 보이지 않는 흔히 블라인드 코너라고 불리우는 구간이 아니라면 원하는 만큼 돌아나간다. 

상당히 깔끔한 거동을 보이는데 FF특유의 언더스티어도, 잘못된 세팅으로 인한 의도하지 않은 오버스티어도 아닌 뉴트럴한 느낌으로 주기적으로 얼라이먼트를 체크하고 신중하게 세팅하는 오너의 정성 덕분이 아닌가 싶다. 연속되는 코너에서도 자연스레 아웃-인-아웃을 타며 인위적인 감속없이도 코너를 클리어하고 바로 재 가속을 할 수 있는데 고속주행시 느꼈던 약간의 불안함과 시내 주행시 느꼈던 허리의 통증 따윈 멀리 던져버릴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코너를 돌아나가는데 있어 흔히들 clear하게 통과한다는 만족감을 주는 세팅이 잘된 차량과는 달리 원하는 속도로 원하는 만큼의 탈출각으로 코너를 돌아나가지만 체감상으로 깔끔하게 돌아나왔다는 느낌은 약간 부족하다. 아마도 제조사에서 손 본 것이 아니라 오너가 본인의 의지와 취향대로 튜닝한 그것이 그 이유인 듯 싶다. 일전에 동승했던 아반테 XD 레이싱(서스펜션만 튜닝)의 깔끔하고 탄탄했던 기억에 비하면 아쉬움으 큰 편이다. 그리고 코너 탈출시 약간의 핸들각 수정이 필요 하였는데 순정이 아닌 시승차량에 빨리 적응하지 못해서 였던 것 같다.

흔히들 생각하길, 그리고 필자 역시 튜닝시 출력상승을 먼저하고 그 출력에 맞게 차를 컨트롤 하기 위해 서스펜션 튜닝을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시승차량 시승 후 그러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출력향상이후 높아진 출력에 맞게 하체를 탄탄하게 다지는 것도 좋지만 기본적인 서스펜션의 튜닝을 통해 차량의 한계를 파악하고 순정상태의 파워를 최대한 끌어내며 달리는 것 또한 상당히 즐겁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순정상태의 밸런스를 크게 해치지 않고서도 일반적인 패밀리 세단으로 이렇게 즐거운 드라이빙이 가능하다는 점이 정말 튜닝이 주는 매력인 것 같다.

초기 시승의도는 출시 후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모델체인지 없이 판매되다가 어느덧 후속 모델에 자리를 양보하는 라세티의 매력이 어떤것인지 느껴보는 것이었는데 실제로는 간단하게 튜닝된 차량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리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라세티 시승 후 필자의 차량에 올라 집으로 향하는데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 시내를 통과할 때를 빼고는 물컹이는 느낌의 서스펜션 때문에 ‘나도 서스펜션을 바꿔야 하나’ 하는 생각에 빠지게끔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노장 라세티의 선전에는 이유가 있었다. 잘 숙성된 파워트레인과 시간이 흘렀음에도 세련됨을 유지하는 내/외부 디자인, 시간이 지나면서 높아진 조립품질은 대우 라세티를 시보레 옵트라, 뷰익 엑셀르, 홀덴 비바, 스즈키 리노라는 이름으로 나아가게 한 원동력이었다. 기존 대우차에 가졌던 2류의 이미지는 더 이상 없었다. 

순정이 아닌 하체를 가졌음에도 잡소리 하나 없는 실내와 8만키로가 넘는 주행거리에도 스로트밸브 단순교환 이외의 어떠한 트러블도 없었던 파워트레인은 GMDT가 GM의 마지막 남은 희망인지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앞으로 GMDT의 행보가 기대되는 것이 바로 지금 GMDT가 보여주는 믿음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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